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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이상한 땅 한 조각을 찾아서

by AtomicGrowth 2026. 10. 3.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상한 땅 한 조각을 찾아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상한 땅 한 조각을 찾아서

 

지난 이야기에서는 지적도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실제 항공사진에서는 찾기 어렵거나, 현실의 도로와 담장이 지적경계와 맞지 않는 땅을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밤섬에서 만나는 경계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보겠다.

여기까지 오면서 우리는 꽤 많은 종류의 경계를 만났다.

도로 한가운데를 따라가는 행정경계가 있었고, 법정동과 행정동이 서로 다른 곳도 있었다. 댐 아래로 사라진 마을이 있었으며, 반대로 바다를 메워 새로 생긴 땅도 있었다.

바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군 경계가 존재했고, 해안선은 계속 움직이지만 행정경계는 그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따라가지 않았다. 방조제와 바닷길이 섬과 육지의 관계를 바꾸기도 했으며, 지적도와 현실의 땅이 서로 어긋나는 곳도 있었다.

그렇다면 시즌 2의 마지막에는 어떤 장소로 가야 할까?

여러 사례를 억지로 순위를 매기기보다, 지금까지 다룬 ‘경계의 이상함’을 한 장소에서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 조건에 특히 잘 맞는 곳이 서울 한강의 밤섬이다.

서울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

하지만 밤섬의 역사를 따라가 보면 이곳은 단순한 무인도가 아니다.

사람이 살던 마을이었다가 폭파됐고, 여러 조각의 작은 섬이 됐다가 다시 커졌다. 한때 하나의 행정동이었던 공간은 지금 두 자치구에 나뉘어 속한다. 사람이 떠난 뒤에는 자연이 돌아와 생태경관보전지역과 람사르습지가 됐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도 섬의 모양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땅의 형태, 사람의 생활권, 행정구역, 자연의 경계가 서로 다른 시간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장소.

시즌 2의 마지막 이야기는 한강 밤섬에서 시작한다.

사람이 살던 하나의 섬이 두 행정구역으로 갈라지다

현재 서강대교를 건너다 한강을 바라보면 가운데 숲처럼 우거진 섬이 보인다.

밤섬이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밤섬을 영등포구 여의도동과 마포구 당인동 사이에 있는 한강의 섬으로 소개한다. 현재 공식 위치는 윗밤섬이 영등포구 여의도동 84-8번지 일대, 아랫밤섬이 마포구 당인동 313번지 일대다. 하나의 밤섬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행정구역은 두 자치구에 걸쳐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지금과 모습이 달랐다.

서울시 기록에 따르면 조선시대 밤섬과 여의도는 하나의 섬으로 이어져 있었다. 마포 와우산에서 바라봤을 때 모양이 밤알처럼 생겨 밤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밤섬에는 실제 주민도 살았다.

서울시 자료에는 1968년 개발 이전까지 밤섬에 62세대가 거주했으며, 주민들이 조선업·어업·도선업과 농업 등에 종사했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밤섬은 단순한 한강의 모래섬이 아니라 집과 생활, 생업이 존재하는 마을이었다.

해방 후 밤섬의 행정구역 명칭은 마포구 율도동이었다.

그런데 1960년대 서울의 도시개발이 밤섬의 운명을 바꿨다.

1968년 여의도 개발 과정에서 밤섬의 토사와 석재를 이용하기 위해 섬이 폭파됐다. 서울기록원이 보존하고 있는 당시 기록에는 1968년 2월 10일 한강개발과 여의도 건설의 일환으로 밤섬을 폭파했으며, 한강의 물길을 넓히고 석재를 확보하는 목적이 있었다고 남아 있다.

밤섬 주민들도 이때 섬을 떠났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주민들은 마포구 창전동으로 이주했다. 사람이 살던 마을의 생활권은 한강 건너 육지로 이동했고, 밤섬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즌 2의 ④편 「사라진 마을은 지도에서 어디로 갔을까?」에서 다뤘던 수몰마을과 비슷하다.

하지만 밤섬에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마을은 사라졌지만 땅 자체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폭파 이후 밤섬은 10여 개의 작은 섬 형태로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한강 상류에서 내려온 토사가 그 주변에 계속 쌓였다. 식물이 자라고 퇴적지가 확대되면서 작은 섬들은 다시 하나의 큰 생태공간처럼 성장하기 시작했다.

더 흥미로운 변화는 행정구역에서 나타났다.

폭파 전 밤섬은 마포구 율도동이었지만, 폭파 후 남은 공간은 아랫밤섬은 마포구, 윗밤섬은 영등포구로 나뉘었다고 서울시는 기록하고 있다.

오늘날 한 장의 항공사진만 보면 하나의 자연섬처럼 보이는 장소에 서로 다른 두 자치구의 행정경계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밤섬에 직접 들어가 경계표지판을 찾을 수도 없다.

현재 밤섬은 생태보호를 위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계는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기보다 지도에서 확인해야 한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당인동.

그리고 바로 옆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자연이 만든 섬의 형태와 사람이 만든 행정구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밤섬을 나누고 있다.

폭파된 섬이 다시 자랐다 — 경계보다 빠르게 움직인 자연

밤섬의 두 번째 특징은 땅의 면적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1968년 폭파 직후 밤섬은 여러 개의 작은 섬으로 나뉘었다. 그런데 사람이 떠난 뒤 한강의 흐름이 다시 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상류에서 내려온 모래와 토사가 섬 주변에 쌓였다.

그 위에 갈대와 버드나무가 자랐다.

식물의 뿌리는 다시 퇴적물을 붙잡았다.

퇴적지가 조금씩 안정되면서 더 많은 식물이 들어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폭파로 작아졌던 밤섬의 면적은 다시 확대됐다.

서울시는 생태경관보전지역 최초 지정 당시인 1999년 밤섬 약 24만㎡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했고, 2008년에는 약 3만2천㎡를 추가했다. 현재 서울시가 안내하는 밤섬의 면적은 279,281㎡다.

여기서 시즌 2 ⑦편의 질문이 다시 등장한다.

「해안선이 움직이면 행정구역도 움직일까?」

밤섬에서는 ‘해안선’ 대신 ‘하천 속 섬의 물가선’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인 문제는 비슷하다.

토사가 쌓이면서 섬이 커지면 새로 나타난 땅은 어느 구의 땅일까?

마포구일까?

영등포구일까?

자연은 행정구역 경계선을 보고 퇴적물을 쌓지 않는다.

강물도 경계선을 따라 흐르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지형의 변화와 행정구역의 변화가 자동으로 일치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밤섬의 현재 위치를 보면 그 차이를 이해하기 쉽다.

서울시는 윗밤섬을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랫밤섬을 마포구 당인동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위성영상에서 식생과 퇴적지를 보면 두 공간은 하나의 생태계처럼 이어져 보인다.

행정적으로는 둘이다.

생태적으로는 하나에 가깝다.

그리고 지형적으로는 계속 변한다.

이것이 밤섬을 흥미롭게 만드는 부분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행정지도를 보면 경계선을 고정된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계, 마포구와 영등포구의 경계처럼 굵은 선이 지도에 그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자연에는 그런 선이 없다.

특히 하천과 해안, 갯벌과 섬처럼 퇴적과 침식이 활발한 곳에서는 자연지형이 행정경계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밤섬에서는 인간이 한 차례 지형을 크게 바꾼 뒤, 자연이 다시 그 지형을 수정했다.

1968년 인간은 폭파를 통해 섬을 작게 만들었다.

그 뒤 수십 년 동안 한강은 퇴적을 통해 다시 섬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밤섬은 조선시대 밤섬도 아니고, 1968년 폭파 직후의 밤섬도 아니다.

시간에 따라 계속 다른 모양을 가진 밤섬이다.

그러나 주소와 행정구역은 매년 섬의 모양에 맞춰 새롭게 그려지지 않는다.

자연의 시간과 행정의 시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사라진 마을, 두 개의 주소, 다시 생긴 땅 — 한 장소에 겹쳐진 여러 경계

밤섬을 QGIS에서 분석한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지도를 만들 수 있다.

가장 아래에는 현재 정사영상을 놓는다.

그 위에 현재 한강 수계와 밤섬의 윤곽을 표시한다.

다음으로 마포구와 영등포구의 행정경계를 올린다.

그 위에 현재 지번을 표시한다.

마지막으로 1968년 이전 항공사진이나 과거 지도를 지오리퍼런싱해 중첩한다.

이렇게 하면 한 화면에 서로 다른 시대의 밤섬이 나타난다.

① 사람이 살던 밤섬

② 1968년 폭파된 밤섬

③ 여러 조각으로 나뉜 밤섬

④ 퇴적으로 다시 커진 현재의 밤섬

그리고 그 위를 행정경계가 통과한다.

이 지도에는 시즌 2에서 다뤘던 거의 모든 질문이 다시 등장한다.

먼저 사라진 마을이 있다.

밤섬에는 주민이 살았지만 지금은 거주자가 없다. 주민이 사라졌다고 장소의 이름과 기억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음은 움직이는 지형이다.

폭파와 퇴적으로 섬의 형태와 면적이 크게 달라졌다.

그다음은 행정경계와 실제 지형의 차이다.

현재 밤섬은 하나의 자연공간처럼 보이지만 윗밤섬과 아랫밤섬은 서로 다른 자치구에 속한다.

그리고 주소가 존재하지만 일반적인 생활주소와 성격이 다른 공간이 있다.

현재 서울시가 안내하는 위치는 윗밤섬 ‘영등포구 여의도동 84-8번지 일대’, 아래밤섬 ‘마포구 당인동 313번지 일대’다. 하지만 이곳에 택배를 보내거나 주민등록을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주거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사라진 뒤 자연이 만든 새로운 경계가 있다.

밤섬은 1999년 서울시 최초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2012년에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이제 이곳을 나누는 중요한 선은 단순히 마포구와 영등포구의 행정경계만이 아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또 하나의 관리경계가 섬을 둘러싸고 있다.

결국 같은 공간 위에

자연지형의 경계

행정구역의 경계

지적경계

생태보호구역의 경계

과거 생활권의 경계

가 서로 겹쳐 있는 셈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를 찾아다니면서 가장 흥미롭게 발견한 사실이다.

경계는 하나가 아니다.

우리가 지도에서 보는 굵은 선 하나만으로 실제 공간을 설명할 수 없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가 달라질 수 있고,

한 아파트단지 안에 행정경계가 지나갈 수도 있다.

법정동과 행정동이 서로 다를 수 있으며,

사람이 살던 마을이 물속으로 사라져도 지명은 남는다.

바다를 메우면 없던 땅과 새로운 행정경계가 생긴다.

바다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시·군 관할이 존재한다.

해안선은 계속 움직이지만 행정구역은 그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섬이 방조제로 육지와 연결돼도 섬이라는 이름과 행정적 정체성은 남을 수 있다.

그리고 현실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땅이 지적도에는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밤섬은 이런 여러 종류의 경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1968년 이전 밤섬에 살던 주민에게 이곳은 마을이었다.

서울 도시개발을 추진하던 사람에게는 여의도 개발에 필요한 토사와 석재를 얻는 공간이었다.

폭파 직후 지도에서는 여러 조각으로 나뉜 작은 섬이었다.

철새에게는 한강 한가운데의 서식지가 됐다.

현재의 행정지도에서는 마포구와 영등포구에 걸친 공간이다.

그리고 생태지도에서는 보호해야 할 습지다.

같은 좌표가 시대와 목적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된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이상한 경계’라고 불렀던 것들은 경계 자체가 이상했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연은 계속 변하는데 우리는 지도 위에 선을 고정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상하게 보이는 것일 수 있다.

강은 흐른다.

바다는 움직인다.

마을은 사라지고 도시가 들어선다.

섬이 육지와 연결되고 바다가 육지가 된다.

사람들의 생활권도 달라진다.

하지만 행정과 지도에는 어느 순간 그 공간을 하나의 선으로 확정해야 한다.

그 순간부터 자연의 시간과 지도의 시간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래된 지도와 현재 지도를 겹쳐보면 이상한 선이 나타난다.

그 선은 오류가 아니라 그 장소가 지나온 시간의 흔적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 찾기 시즌 2는 여기에서 끝난다.

이번 시즌에서 찾은 것은 단순히 특이한 행정구역 몇 곳이 아니었다.

지도에 선 하나가 그어지기까지 그곳의 지형과 역사, 주민의 생활, 개발사업, 법률과 행정이 함께 작동한다는 사실이었다.

다음에 지도를 보다가 이상하게 휘어진 경계선을 발견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자.

왜 저기서 선이 꺾였을까?

왜 도로 한가운데를 지나갈까?

왜 강을 따라가지 않을까?

왜 이 섬은 저 도시의 행정구역일까?

왜 지도에는 땅이 있는데 위성사진에서는 바다일까?

그 질문 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평범해 보이던 지도에서 한 지역이 지나온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의 역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도 위의 경계선은 단순한 선이 아니다.

그곳에서 자연과 사람, 그리고 시간이 만난 흔적이다.

—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 찾기 시즌 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