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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는 육지인데 실제로는 섬?

by AtomicGrowth 2026. 10. 2.

주소는 육지인데 실제로는 섬?
주소는 육지인데 실제로는 섬?

 

지난 이야기에서는 해안선이 움직인다고 해서 행정구역이 파도처럼 함께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섬과 육지의 경계가 사라진 곳에 대해 알아보겠다.

바닷물의 끝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매일 달라지고, 장기간의 침식과 퇴적으로 실제 해안선도 변한다. 그러나 지적경계와 행정구역은 이런 자연적인 변화를 곧바로 따라가지 않는다. 토지가 실제로 사라지거나 새로 생겼다고 인정되고 측량과 지적정리 같은 공식 절차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지도에도 변화가 반영된다.

그런데 해안에서는 경계가 변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섬과 육지를 사람이 직접 연결하는 것이다.

다리를 놓고,

방조제를 만들고,

갯벌을 메우고,

바닷길 위에 도로를 만든다.

그러면 수백 년 동안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었던 섬에 자동차가 들어가기 시작한다.

지도에서는 여전히 ‘○○도’라고 적혀 있다.

주민들도 자신이 섬에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갈 때는 배를 타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은 평범한 도로를 따라 목적지까지 안내한다.

반대로 육지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섬인데도 하루 중 특정 시간에는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고, 몇 시간 뒤 같은 도로가 바닷속에 잠겨 다시 섬이 되는 곳도 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섬은 무엇을 기준으로 섬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바닷물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어야 할까?

다리가 하나 놓이면 더 이상 섬이 아닌 걸까?

방조제로 육지와 연결됐지만 주변 대부분이 여전히 바다라면 어떨까?

그리고 육지와 연결되면 주소와 행정구역도 함께 바뀌는 것일까?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 찾기 시즌 2.

여덟 번째 이야기는 지도에서는 여전히 섬인데 생활에서는 육지와 거의 구분하기 어려워진 장소, 그리고 하루에도 섬과 육지의 경계가 반복해서 나타나는 장소를 찾아가 본다.

배 없이 들어가는 섬, 대부도

수도권에서 ‘섬인데 섬 같지 않은 곳’을 찾는다면 대표적인 사례가 대부도다.

현재 대부도에 가기 위해 반드시 배를 탈 필요는 없다.

안산이나 시흥에서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따라가면 어느 순간 대부도에 도착한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도대체 어디부터 섬이었던 거지?”

대부도는 원래 분명한 섬이었다.

하지만 시화지구 개발사업과 방조제 건설을 거치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안산시 단원구의 공식 대부동 소개 자료를 보면 이 변화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대부동은 시화지구개발사업으로 1988년 5월 당시 화성군 서신면 방향과 연결됐고, 이어 1994년 1월 21일 시흥시 정왕동과 방아머리를 잇는 12.7km 방조제의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육로로 연결됐다. 안산시는 이를 두고 대부도가 ‘섬마을의 멍에를 벗었다’고 설명한다.

지금의 위성지도를 보면 이 변화가 더욱 선명하다.

대부도 북동쪽에서 시화방조제가 길게 뻗어 시흥시 정왕동 방향으로 연결된다.

도로가 방조제 위를 지나기 때문에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 바다 위를 달리고 있다는 느낌은 들어도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는 경험은 없다.

그렇다고 대부도가 공식적으로 육지의 일부가 된 것은 아니다.

안산시 역시 현재 대부동을 2개의 유인도와 13개의 무인도로 구성된 도서지역으로 설명하고 있다. 해안선의 길이도 약 94.69km에 달한다.

즉 생활 방식에서는 육지와 가까워졌지만 지리적·지역적 정체성에서는 여전히 섬이다.

여기서 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대부도가 육지와 연결되는 과정과 행정구역의 변화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대부도는 1914년 남양군에서 부천군으로 편입됐고, 1973년에는 옹진군 대부면이 됐다. 이후 1994년 12월 26일 행정구역 개편으로 안산시에 편입됐다. 안산시의회 당시 기록에도 대통령령 제14434호에 따라 옹진군 대부면 전 지역이 안산시로 편입됐다고 남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의해야 한다.

방조제가 생겼기 때문에 자동으로 안산시에 편입된 것은 아니다.

육지 연결과 행정구역 변경은 서로 다른 절차다.

대부도가 방조제로 육지와 연결됐다고 해서 행정경계가 저절로 안산 방향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다. 실제 행정구역 변경은 별도의 법령과 행정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점은 이번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현실의 공간은 빠르게 변한다.

다리가 생기고,

도로가 생기고,

바다가 호수가 되며,

섬이 육지와 연결된다.

하지만 행정경계와 주소는 물리적인 변화에 자동으로 따라붙지 않는다.

별도의 법적·행정적 결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날 대부도에는 흥미로운 두 가지 모습이 동시에 존재한다.

지리적으로는 섬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생활권에서는 육지와 연결된 공간.

그리고

과거에는 옹진군의 섬이었지만 현재 주소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인 공간.

대부도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방조제를 건너는 것이 아니다.

섬과 육지의 경계,

옛 행정구역과 현재 행정구역,

해양생활권과 수도권 도시생활권이 겹치는 장소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아침에는 육지처럼 들어가고 저녁에는 다시 섬이 되는 제부도

대부도가 ‘육지와 연결된 섬’이라면 그보다 훨씬 독특한 곳이 있다.

경기도 화성시의 제부도다.

제부도는 화성시 서신면 앞바다에 있는 약 1㎢ 규모의 작은 섬이다. 화성시 공식 관광자료에도 제부도를 서신면 앞바다에 위치한 섬으로 소개한다.

주소도 명확하다.

현재 제부도의 여러 시설은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라는 주소를 사용한다. 화성시의 2026년 도시계획도로 고시에서도 사업 위치가 ‘화성시 만세구 서신면 제부리 301번지 일원’으로 표시돼 있다.

즉 행정적으로는 육지의 서신면과 같은 면에 속한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가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제부도와 육지 사이에는 약 2.3km의 바다열림길이 있다.

썰물이 되면 바닷물이 빠지면서 도로가 드러나고 자동차와 사람이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물이 다시 들어오면 도로는 통제된다.

화성시 관광자료에서는 제부도 바다열림길이 하루 두 번 열리며, 도보로 이동할 경우 약 40분이 걸린다고 안내한다. 매일 통행 가능한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

2026년에도 화성시는 매달 제부도 바닷길 통행시간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달 안에서도 하루 종일 통행할 수 있는 날이 있는가 하면, 오전과 오후의 특정 시간대에 도로가 잠겨 통행할 수 없는 날도 있다. 이 시간은 국립해양조사원의 바다갈라짐 예보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며 기상조건에 따라 실제 통행시간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섬과 육지의 관계가 하루에도 여러 번 달라진다.

썰물 때 바닷길에 서면 양쪽으로 갯벌이 펼쳐지고 자동차가 계속 지나간다.

그 순간만 보면 평범한 해안도로처럼 느껴질 수 있다.

몇 시간 뒤 같은 위치를 바라보면 도로 위로 바닷물이 들어와 있다.

자동차로 건너갈 수 없다.

제부도는 다시 완전한 섬처럼 보인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주소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이 빠져 육지와 연결되어 있을 때도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이고,

바닷물이 들어와 도로가 잠겼을 때도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경계라는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물리적인 연결 여부와 행정구역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 수도 있다.

제부도 바닷길의 중간에 자동차를 세울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썰물 때는 도로 위다.

몇 시간 뒤에는 같은 좌표가 바닷물 아래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 위치가 어느 지방자치단체에 속하는지 판단하는 행정경계가 조수와 함께 왕복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경계는 움직이지만 행정의 경계는 움직이지 않는다.

바로 앞 편에서 살펴본 해안선과 행정경계의 차이를 실제 현장에서 가장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제부도인 셈이다.

다리를 놓으면 섬은 더 이상 섬이 아닐까?

대부도와 제부도를 비교하면 ‘섬’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부도는 방조제로 육지와 연결돼 자동차로 언제든 들어갈 수 있다.

제부도는 도로가 있지만 조석에 따라 이용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거제도·진도·남해도·영종도처럼 교량으로 육지와 연결된 큰 섬들도 많다.

그렇다면 다리가 놓인 순간 섬은 육지가 되는 것일까?

일상적인 의미에서는 그렇지 않다.

교량이나 방조제는 섬과 육지 사이에 인공적인 통로를 만든 것이지, 섬을 구성하는 원래 지형 전체가 육지와 하나의 자연지형으로 합쳐졌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거제도를 섬이라고 부르고,

진도를 섬이라고 부르며,

대부도 역시 섬이라고 부른다.

행정주소도 마찬가지다.

다리가 놓였다고 법정동이나 읍·면·동의 이름이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오히려 교량과 방조제는 지리적 경계를 없애기보다 생활권의 경계를 약하게 만드는 시설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예전에는 배가 끊기면 섬에서 나올 수 없었다.

학교·병원·시장·직장을 선택할 때도 바다가 큰 제약이었다.

하지만 다리가 놓이면 주민은 육지의 시설을 훨씬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관광객도 배 시간표 대신 내비게이션을 보고 들어온다.

섬이라는 지형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의 생활권은 육지 쪽으로 확장된다.

대부도에서 이런 변화는 특히 뚜렷하다.

안산시는 시화방조제 건설 이후 약 30년간 끊겼던 시화호 뱃길을 다시 복원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방조제가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동시에 과거 바닷길을 끊어 놓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5년부터 반달섬과 대부도를 잇는 도선 운항이 시작됐고, 2026년에는 새로운 도선 ‘안산호’가 투입됐다.

즉 하나의 시설이 두 가지 경계를 동시에 바꾼다.

방조제는 육상교통에서는 경계를 없앤다.

자동차가 바다를 건널 수 있게 만든다.

반면 해상교통에서는 새로운 경계가 될 수도 있다.

선박이 자유롭게 지나던 바다를 막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지도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대부도를 예로 들어 과거 지도와 현재 지도를 나란히 놓아보자.

과거 지도에서는 대부도와 육지 사이가 파란 바다로 분리돼 있다.

현재 지도에서는 시화방조제가 긴 선처럼 두 지역을 연결한다.

그 위로 도로가 지나간다.

그러나 대부도의 해안선을 따라가 보면 여전히 섬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다.

여기에 행정구역 레이어를 올리면 또 다른 변화가 보인다.

1970년대 지도에서는 대부도가 옹진군에 속했지만 현재는 안산시 단원구에 속한다.

지형의 연결과 행정구역의 변화가 서로 다른 시간과 절차를 거쳐 일어난 것이다.

제부도에서는 조금 다른 지도를 만들 수 있다.

같은 위치의 만조 위성영상과 간조 위성영상을 비교하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섬과 육지 사이가 바다로 보인다.

다른 영상에서는 갯벌과 바닷길이 드러난다.

그 위에 화성시 행정구역과 도로를 올려본다.

자연의 모습은 두 영상에서 완전히 달라졌지만 행정구역은 그대로다.

이 두 장소를 비교하면 이번 글의 핵심이 선명해진다.

대부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섬과 육지의 물리적 경계가 약해진 곳이다.

제부도는 하루에도 섬과 육지의 물리적 경계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곳이다.

그러나 두 장소 모두 행정주소가 그 변화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가 지도에서 보는 경계에는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만드는 자연경계,

도로와 방조제가 만드는 인공경계,

시·군·구를 나누는 행정경계,

그리고 사람들이 실제로 이동하며 만들어내는 생활권의 경계가 있다.

이 네 개의 선은 같은 위치에 있을 수도 있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섬과 육지를 단순히 ‘물이 있느냐 없느냐’만으로 구분하면 실제 공간의 모습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어떤 섬은 다리 하나로 거대한 도시의 생활권에 들어간다.

어떤 섬은 불과 2km 남짓 떨어져 있어도 하루 중 몇 시간은 자동차로 갈 수 없다.

어떤 섬은 행정적으로 가까운 도시보다 다른 지역과의 교통이 더 편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섬은 육지와 연결되는 순간 행정구역 자체가 바뀌기도 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별도의 법적·행정적 결정의 결과다.

여덟 번째 이야기에서는 ‘섬과 육지의 경계’를 따라가 봤다.

대부도에서는 방조제가 바다를 가로질러 섬과 육지를 연결했고,

제부도에서는 밀물과 썰물이 매일 길을 열었다 닫는다.

하지만 주소는 그 변화와 상관없이 같은 자리를 지킨다.

어쩌면 우리가 지도에서 보고 있는 행정경계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지도에 없는 경계가 어떻게 생겼다가 사라지는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서는 더 이상한 장소를 찾아가 보려고 한다.

지도를 확대했더니 분명 땅이 표시돼 있다.

지번도 있고 경계도 있다.

그런데 항공사진에서는 그 땅을 찾기 어렵다.

반대로 현실에는 분명 도로와 하천이 있는데 지적도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남아 있는 곳도 있다.

옛 하천,

사라진 도로,

구거,

지적불부합지,

그리고 오래된 지적도 속에만 흔적을 남긴 토지들.

다음 이야기는

「지도에는 있는데 현실에는 없는 땅 — 지적도와 실제 지형이 어긋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