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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이 움직이면 행정구역도 움직일까?

by AtomicGrowth 2026. 10. 2.

해안선이 움직이면 행정구역도 움직일까?
해안선이 움직이면 행정구역도 움직일까?

 

지난 이야기에서는 바다에도 시·군의 관할권이 존재하지만, 모든 해상경계가 육지의 지적경계처럼 좌표로 완벽하게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살펴봤다. 해상경계가 불분명한 곳에서는 섬과 육지의 해안선을 기준으로 등거리·중간선을 계산하고, 갯벌과 어장, 주민 생활권과 과거의 행정관행을 종합해 경계를 정한다.
그런데 경계 계산의 출발점인 해안선은 고정돼 있지 않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하루에도 여러 차례 위치가 달라지고, 파도와 태풍은 모래를 옮긴다. 항만과 방파제를 건설하면 한쪽에는 모래가 쌓이고 다른 쪽에서는 침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바닷물이 더 안쪽까지 들어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안선이 10m 후퇴하면 행정구역도 10m 안쪽으로 줄어드는 것일까? 반대로 모래가 쌓여 백사장이 넓어지면 그만큼 지방자치단체의 땅도 자동으로 늘어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해안선의 물리적 변화가 행정구역을 실시간으로 끌고 다니지는 않는다. 다만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토지의 생성이나 소멸로 인정되고, 측량과 지적 정리 또는 경계획정 절차까지 거치면 지도와 행정구역에도 반영될 수 있다.

우리가 보는 물끝과 법률상 해안선은 같은 선이 아니다

해변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물과 모래가 만나는 곳이 해안선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선은 파도 한 번에도 위치가 달라진다. 썰물 때 넓은 갯벌이 나타나는 서해안에서는 몇 시간 사이에 물끝이 수백 미터에서 수킬로미터까지 움직일 수 있다. 이 물끝을 그대로 행정경계로 사용한다면 같은 갯벌이 오전에는 육지가 되고 오후에는 바다가 되면서 행정구역까지 계속 변해야 한다.
그래서 지도와 측량에서 사용하는 해안선은 관찰 시점의 물끝이 아니다. 수로측량 업무규정에서는 해안선을 해수면이 약최고고조면에 도달했을 때 육지와 만나는 선을 기준으로 정의한다. 약최고고조면은 일정 기간 예상되는 높은 조위를 대표하는 기준면이다. 매일 가장 높이 올라온 파도의 흔적이나 태풍 때의 침수선을 뜻하지 않는다. 
여기서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선을 구분해야 한다.
첫 번째는 특정 시각에 눈으로 보이는 물끝선이다. 조석과 파도에 따라 계속 움직인다.
두 번째는 수로측량과 해도·해안선 자료를 작성할 때 사용하는 측량상 해안선이다. 약최고고조면과 지형측량 성과를 기준으로 정한다.
세 번째는 필지의 범위를 나타내는 지적경계와 행정구역 경계다. 토지대장과 지적도, 법령과 행정처분 등에 의해 관리되므로 물끝이 이동했다고 즉시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태풍이 지나간 뒤 백사장이 좁아졌다고 해수욕장이 곧바로 다른 행정구역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계절에 따라 겨울에는 모래가 바다 쪽으로 빠져나가고 여름에는 다시 해변에 쌓이는 변화 역시 토지 소멸이나 행정구역 변경으로 보지 않는다.
반대로 어느 해변에 모래가 일시적으로 넓게 퇴적됐다고 해서 토지소유자가 그 부분을 자신의 필지에 포함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즉시 지번을 부여할 수도 없다. 실제 지형과 지적공부를 일치시키려면 지적측량과 신규등록·등록말소 등 법정 절차가 필요하다.
해양수산부 연안포털은 연안침식을 파도·조류·해류·바람·해수면 상승·시설물 설치 등의 영향으로 연안 지표가 깎이거나 모래가 유실되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특히 방파제 같은 돌출 구조물은 모래의 이동을 차단해 한쪽에는 퇴적을, 다른 쪽에는 침식을 일으킬 수 있다. 즉 동일한 해안에서도 어느 구간은 앞으로 자라고 이웃 구간은 뒤로 물러날 수 있다. 
이렇게 움직이는 자연현상을 행정구역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주소와 재산권, 과세, 어업권과 각종 허가의 관할이 파도와 계절에 따라 흔들려서는 행정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땅이 실제로 바다가 되면 지적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해안선 변화가 곧바로 행정구역 변경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토지가 영구적으로 사라진 경우까지 지도에 그대로 남겨두는 것은 아니다. 우리 법에는 지적공부에 등록된 토지가 바다가 됐을 때 이를 정리하는 절차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82조에 따르면, 지적공부에 등록된 토지가 지형 변화 등으로 바다가 됐고 원상회복될 수 없거나 다른 지목의 토지가 될 가능성이 없다면 지적소관청은 토지소유자에게 등록말소를 신청하도록 통지해야 한다. 소유자가 통지를 받은 뒤 90일 안에 신청하지 않으면 지적소관청이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단순히 “물이 들어왔다”가 아니라 원상회복 가능성이 없고 다른 토지로 이용될 가능성도 없는 경우라는 점이다. 폭풍해일로 며칠간 침수됐거나 계절적으로 백사장이 줄어든 정도는 해당하지 않는다. 침식이나 지반침하 등으로 토지의 형태가 사라져 지속적으로 바다가 된 상태여야 한다.
등록말소는 단순히 지도에서 색깔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그 필지의 지번과 면적, 소유관계가 지적공부에서 정리되는 행정행위다. 토지의 일부만 바다가 됐다면 측량을 통해 남은 토지의 경계와 면적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법은 바다가 된 토지의 등록을 말소할 때 필요한 경우 지적측량을 실시하도록 한다. 
더 흥미로운 것은 한 번 말소된 땅이 영원히 사라진 것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법 제82조 제3항은 등록이 말소된 토지가 지형 변화 등으로 다시 토지가 되면 회복등록할 수 있도록 한다. 침식과 퇴적이 반복되는 해안에서는 법적으로도 ‘땅이 바다가 됐다가 다시 땅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 방향의 변화도 있다. 모래와 토사가 오랫동안 쌓여 약최고고조면보다 위에 유지되는 새로운 육지가 생길 수 있다. 이때도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지번을 붙인다고 그 지역의 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 생겼지만 지적공부에 등록되지 않은 토지가 어느 지방자치단체에 속하는지는 「지방자치법」 제5조에 따른 절차로 결정한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공유수면 매립지뿐 아니라 지적공부에 등록이 누락된 토지의 귀속 지방자치단체도 행정안전부장관이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지적소관청은 신규등록 전에 토지의 위치와 귀속을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 등을 적어 결정을 신청해야 한다. 신청 내용이 20일 이상 공개된 뒤 이의가 없으면 신청대로 결정할 수 있고,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이의를 제기하면 지방자치단체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생긴 퇴적지와 인공적으로 조성한 매립지는 결과만 보면 모두 새로운 육지처럼 보이지만 법적 경로는 다르다.
매립지는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업과 준공검사를 거쳐 새로 조성된 토지다. 자연퇴적으로 생긴 땅은 매립사업의 결과가 아니므로, 토지로 인정된다면 지적공부 미등록지의 신규등록과 귀속 절차가 문제될 수 있다.
결국 해안선이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 행정구역이 자동 확장되거나 축소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변화가 영구적인 토지의 소멸·생성으로 확인되면 측량, 등록말소 또는 신규등록, 귀속 지방자치단체 결정이라는 절차를 거쳐 행정지도에도 반영된다.

이미 정한 해상경계는 해안선을 따라 매년 이동할까?

앞 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불문법상 해상경계가 확인되지 않는 곳에서는 육지와 섬의 해안선을 기점으로 등거리·중간선을 계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침식으로 해안선이 후퇴하거나 퇴적으로 전진하면 계산 결과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2019년 고창군과 부안군 사이의 해상경계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양 지역의 육지와 여러 유인도·무인도의 현행법상 해안선을 기점으로 등거리·중간선을 산정했다. 과거 어느 한 시점의 지형도에 표시된 선을 무조건 연장한 것이 아니라, 경계를 획정할 당시 법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현재 해안선을 바탕으로 판단한 것이다. 
특히 곰소만의 죽도 서쪽 공유수면은 단순한 중간선 계산에서 예외로 처리됐다. 이곳은 간조 때 갯벌로 드러나 고창군 육지와 연결됐지만 부안군 쪽과는 갯골로 분리돼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현재 지형과 주민 생활관계를 반영해 해당 갯벌을 고창군 관할에 포함했다.
이 사례만 보면 해안선이 변할 때마다 해상경계도 자동 이동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등거리·중간선은 경계가 존재하지 않아 재판기관이 새로 선을 획정할 때 사용하는 판단 방법이다. 일단 판결이나 결정에서 좌표로 특정된 경계가 확정되면, 이후 작은 침식과 퇴적이 발생할 때마다 그 경계를 자동으로 다시 계산하는 것은 아니다.
확정된 경계가 계속 움직인다면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어업면허를 내주고 공유수면 점용료를 부과해야 하는지 매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행정경계는 자연지형을 바탕으로 정하더라도, 결정된 뒤에는 일정한 법적 안정성이 필요하다. 변화한 해안선이 기존 경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중대해졌다면 별도의 법적·행정적 절차를 거쳐 경계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
여기서 해안선 자료를 볼 때도 주의해야 한다. 서로 다른 연도의 위성영상 두 장을 겹쳐 물끝이 달라졌다고 곧바로 침식량을 계산해서는 안 된다. 촬영 시각의 조위가 다르면 실제 지형 변화가 없어도 수십 미터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QGIS에서 해안선 변화를 비교하려면 최소한 다음 조건을 맞춰야 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위 조건에서 촬영된 정사영상

-같은 좌표계와 비슷한 공간해상도

-파도와 젖은 모래의 경계가 아닌 동일한 해안선 판독기준

-방파제·호안·매립 등 인공구조물의 준공 시점

-단기적인 계절 변화와 장기적인 침식·퇴적의 구분
가능하다면 국립해양조사원의 해안선 조사 성과, 과거 항공사진, 지적도와 연안침식 조사자료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현재 영상의 물끝선, 약최고고조면 기준 해안선, 지적경계를 각각 별도 레이어로 표시하면 자연지형 변화와 법적 경계 변화를 혼동하지 않을 수 있다.
해안선은 자연의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인다. 행정구역은 그 변화를 따라가되 주소와 재산권, 행정권한이 흔들리지 않도록 측량과 법적 절차를 통해 단계적으로 수정된다. 그래서 “해안선이 움직이면 행정구역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다음과 같다.
바닷물의 끝은 매일 움직이지만 행정구역은 매일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땅이 실제로 생기거나 사라진 사실이 확인되고 공식 절차가 끝나면 지도 속 경계도 결국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해안선이 크게 바뀌지 않았어도 사람의 이동 방식이 바뀌면서 섬의 성격이 달라지는 곳들이 있다. 행정주소와 지번은 오래전부터 육지 쪽 읍·면에 속해 있지만, 실제로 찾아가려면 배를 타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주소에는 ‘도’라는 섬 이름이 남아 있는데 방조제와 도로로 이어져 사실상 육지가 된 곳도 있다.
다음 이야기는 「주소는 육지인데 실제로는 섬?」이다. 주소가 보여주는 행정적 소속과 우리가 몸으로 경험하는 지리적 고립이 서로 어긋나는 국내 사례를 찾아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