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편에서는 댐이 들어서면서 물속으로 사라진 마을을 따라가 보았다. 땅은 물에 잠겼지만 지번과 행정구역, 사람들의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 장면을 정확히 뒤집어 보자. 원래 바다였던 곳을 흙과 돌로 채워 육지로 만들면, 그 땅은 어느 시·군에 들어가게 될까?
가장 가까운 지방자치단체의 땅이 되는 것일까. 매립 비용을 낸 기관이 행정구역까지 고를 수 있을까. 아니면 바다였을 때 그 수면을 관할하던 지방자치단체가 그대로 차지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셋 다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해상 매립지는 공사가 끝나는 순간 주변 행정구역에 자연스럽게 붙는 땅이 아니다. 국가가 별도의 절차를 거쳐 어느 지방자치단체에 귀속시킬지를 결정해야 하는, 말 그대로 ‘행정구역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새 땅’이다.
바다가 육지가 되는 순간, 기존 경계는 일단 멈춘다
먼저 “누구의 땅인가”라는 질문에는 두 가지 의미가 섞여 있다. 하나는 등기부상 소유자가 국가인지, 공공기관인지, 민간 사업자인지를 묻는 소유권의 문제다. 다른 하나는 평택시·당진시·군산시처럼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역의 주소와 지적공부를 관리하고 행정서비스를 제공할지를 묻는 행정구역 귀속의 문제다.
매립사업자가 일정한 요건에 따라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국가가 소유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행정구역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국유지라고 해서 ‘어느 시에도 속하지 않는 국가 직할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누구의 것인가”는 주로 두 번째, 즉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느냐는 문제다.
대법원은 해상의 공유수면 밑바닥을 육상의 토지와 법적으로 동일하게 보지 않는다. 바다를 매립해 육지가 조성되면 기존 토지의 모양이 조금 넓어진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는 종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토지가 새로 생긴 것으로 본다. 따라서 국가가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정하기 전까지 그 매립지는 어느 지방자치단체에도 속하지 않는다. 관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시·군이 먼저 지적공부에 등록하더라도 그 등록은 권한 없는 기관이 한 것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지방자치법」 제5조는 그 결정 절차를 꽤 구체적으로 정한다. 매립면허관청이나 관련 지방자치단체장은 원칙적으로 준공검사 전에 매립지의 위치와 귀속을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적어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신청한다. 행정안전부는 신청 내용을 20일 이상 관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의가 없으면 신청 내용에 따라 결정할 수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지방자치단체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결정에 불복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은 통보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법률이 “가장 가까운 시에 준다”거나 “원래 해상경계선을 따른다”는 식의 단일 기준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법원이 정리한 판단 요소는 훨씬 입체적이다. 세부 토지이용계획, 기존 육지와의 연결 형태와 거리, 도로·하천·운하처럼 눈에 보이는 경계, 전기·수도·통신 등 기반시설의 공급 경로, 행정서비스와 재난 대응의 효율성, 주민의 교통과 생활 편의, 매립으로 바다와 어장을 잃은 지역의 역사적·경제적 이해관계까지 함께 비교해야 한다. 대규모 사업이라면 완공된 한 구역만 떼어 보지 않고 전체 개발계획에서 그 땅이 맡게 될 기능도 살펴야 한다.
즉 매립지 경계는 옛 지도의 선을 단순 연장해 만드는 선이 아니다. 앞으로 그 땅을 어떤 도시 구조 속에서 이용할 것인지를 판단해 새로 설계하는 선에 가깝다.
평택·당진항—충남 바다를 메웠는데 경기도 땅이 된 이유
이 원칙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곳이 평택·당진항이다. 경기 평택시와 충남 당진시·아산시는 아산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항만 개발로 바다가 육지로 바뀌자 “그 땅은 원래 어느 지역의 바다였는가”와 “완성된 육지는 실제로 어느 도시와 연결되는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초기의 기준은 해상경계였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당시 국가기본도에 표시된 해상경계선과 오랜 행정 관행 등을 토대로 일부 매립지에 대한 당진시의 관할 권한을 인정했다. 그러나 매립지가 늘어날수록 바다 위의 선을 육지 경계로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다. 항만 부지 하나가 서로 다른 시·도에 조각조각 나뉘거나, 육로로 바로 붙어 있는 도시가 아니라 바다 건너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서비스를 맡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09년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공유수면 매립지는 행정안전부장관이 별도의 절차를 통해 귀속 지방자치단체를 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과거 해상경계는 고려할 자료일 수는 있어도, 새로 생긴 육지의 관할을 자동으로 확정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게 됐다.
2015년 지방자치단체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쟁점이 된 평택·당진항 매립지 가운데 기존 제방 안쪽 282,760.7㎡는 당진시에, 나머지 679,589.8㎡는 평택시에 귀속시키는 것으로 의결했고, 행정자치부장관이 이에 따라 결정했다. 충청남도와 당진시·아산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21년 2월 4일 청구를 기각했다. 판단의 핵심은 “이곳이 바다였을 때 어느 쪽이 관할했는가”보다 “육지가 된 뒤 어느 쪽과 하나의 생활·산업 공간을 이루는가”였다. 쟁점 매립지는 평택시 육지와 직접 연결되어 있었지만 당진시·아산시와 연결하려면 바다를 건너거나 별도의 연륙교가 필요했다. 배후의 포승산업단지 및 교통망과도 평택 쪽으로 이어졌고, 전기·통신·상하수도·가스 공급과 관공서 접근 역시 평택시를 통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됐다.
여기서 “충남의 바다를 메웠는데 왜 경기도 땅이 되는가”라는 반문이 나온다. 법원의 대답은 바다와 매립지가 법적으로 동일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유수면을 이용하고 관리하는 질서와, 그곳에 새로 생긴 토지를 도시·산업·생활 공간으로 관리하는 질서는 다르다. 바다였을 때의 관할이 새 육지에 대한 영구적인 권리증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기존 해양 이용관계가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어장 상실, 해양 접근성, 인근 주민의 생활기반도 반드시 비교해야 할 요소라고 밝혔다. 다만 평택·당진항 사건에서는 완성된 지형, 기반시설과 교통망, 항만 배후단지의 일체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매립지 경계가 과거의 바다를 복원하는 선이 아니라 완성될 도시를 운영하기 위한 선이라는 점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새만금—방조제 한 줄도 전체 도시의 미래를 보고 나눈다
새만금은 매립지 경계를 한 구역씩 결정하면서도 전체 사업의 미래를 함께 보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새만금 방조제는 부안군 변산면에서 가력도·신시도·야미도를 거쳐 군산시 비응도까지 이어진다. 1호 방조제는 4.7㎞, 2호는 9.9㎞, 3호는 2.7㎞, 4호는 11.4㎞다. 하나의 거대한 방조제처럼 보이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구간마다 다르게 결정됐다.
먼저 3·4호 방조제는 군산시 관할로 정해졌고, 김제시와 부안군이 이를 다퉜으나 대법원은 2013년 11월 정부 결정을 유지했다. 이 판결은 2009년 법 개정 이후 매립지 귀속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처음 본격적으로 제시한 사건이었다. 이어 2015년에는 1호 방조제의 주요 구간을 부안군에, 2호 방조제를 김제시에 귀속시키는 결정이 내려졌다. 군산시는 그 결정의 취소를 요구했지만 대법원은 2021년 1월 14일 청구를 기각했다.
지도만 보면 군산시 관할 섬인 가력도가 1호와 2호 방조제 사이에 있으므로 주변 방조제도 군산시가 맡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가력도가 무인도이고, 배수갑문의 관리 주체도 군산시가 아니라는 점 등을 짚었다. 기존의 작은 섬 하나가 군산시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주변의 새 방조제와 장래 매립지까지 모두 군산시 관할로 묶을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김제시는 방조제로 인해 바다로 나가는 길이 완전히 막히는 피해도 고려됐다.
더 중요한 것은 방조제 자체보다 방조제 안쪽에 앞으로 생길 도시다. 대법원은 일부 매립지의 관할을 먼저 정하더라도 새만금 전체의 토지이용계획, 산업·농업·관광·항만 기능의 배치, 장래 도로와 수로, 인접 지역과의 연결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완성된 좁은 구역을 어느 시에 넣었다는 이유로 나중에 조성될 광대한 땅까지 기계적으로 같은 시에 귀속시키면, 전체 개발계획과 맞지 않는 행정구역이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2026년 9월 행정안전부는 새만금신항 개발사업의 해상 매립지와 방파제 등 매립지를 군산시에 귀속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새만금 사업 안에서도 모든 신생 토지가 한꺼번에 어느 한 도시에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완공된 구역의 기능과 연결 관계를 놓고 매번 법정 절차를 밟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매립지 지도를 읽을 때는 현재 해안선만 보아서는 안 된다. 첫째, 매립 전 해상경계와 어업·생활 관계를 확인하고, 둘째, 완성된 육지가 어느 방향으로 연결되는지 살피며, 셋째, 도로·항만·상하수도·전력망과 장래 토지이용계획을 겹쳐 보아야 한다. 지도에서 가장 가까운 시·군과 법적으로 결정된 관할이 다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다를 메우면 땅만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주소를 부여하고 지적공부를 만들며 도로와 소방·상하수도를 관리할 행정 주체도 새로 정해야 한다. 매립지는 자연적으로 자라난 육지가 아니라 국가가 만든 공간이기 때문에, 그 경계 역시 과거의 선을 발견하는 작업이라기보다 미래의 도시를 작동시키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매립하기 전의 바다에는 정말 아무 경계도 없었던 것일까? 육지 지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어업 허가, 공유수면 관리, 해상 시설과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가르는 선은 바다에서도 끊임없이 작동한다. 다음 편에서는 「바다에도 시·군 경계선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따라, 지도에 잘 나타나지 않는 해상 행정경계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