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편에서는 대부도와 제부도처럼 육지와 연결된 섬의 주소가 왜 여전히 ‘섬의 행정구역’으로 남아 있는지 살펴봤다. 현실의 지형이 바뀌어도 주소와 행정구역이 자동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가보자. 항공사진에는 바다나 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지적도를 겹치면 멀쩡한 필지 하나가 나타나는 곳, 담장과 건물이 지적 경계선을 가로질러 서 있는 마을, 지도에서는 도로에 접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골목으로 드나든 땅이 있다.
이런 곳을 보면 “옛날 지도를 잘못 그렸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적도는 산과 강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지형도가 아니다. 그것은 땅을 필지 단위로 나누어 지번·경계·면적·지목 등을 관리하는 공적 장부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도 지적을 땅의 주소, 용도, 면적, 소유자 등을 지적공부에 기록하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지적측량은 그 장부 속 경계를 실제 땅 위에 표시하거나, 반대로 현실의 토지 모습을 도면에 옮기는 작업이다.
따라서 지적도에 선이 있다는 사실과 그 자리에 지금도 딛고 설 수 있는 땅이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없는 땅’은 한 종류가 아니다
지도에만 남은 것처럼 보이는 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실제 지형이 사라졌지만 지적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경우다. 해안 침식이나 하천의 흐름 변화로 땅이 물에 잠기면 현실에서는 육지가 없어졌어도 지적공부의 필지가 즉시 소멸하지는 않는다. 현행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82조는 지적공부에 등록된 토지가 지형 변화로 바다가 되고 원상회복이나 다른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없을 때 지적소관청이 소유자에게 등록말소를 신청하도록 통지하게 한다. 통지를 받은 뒤 90일 안에 신청하지 않으면 지적소관청이 직권으로 말소할 수 있으며, 나중에 다시 육지가 되면 회복등록도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바다가 되는 순간’과 ‘장부에서 없어지는 순간’ 사이에 행정 절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는 항공사진상 바다인 곳에 지번과 필지선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바닷물을 가리키며 마음대로 매립하거나 배타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도에 필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은 지형의 현재 상태나 개발 가능성을 보증하지 않는다.
둘째는 육지는 그대로 있지만 지적공부의 경계와 사람들이 실제 점유하는 경계가 다른 경우다. 지적도에서는 한 필지인데 현장에서는 여러 집이 나누어 쓰거나, 반대로 한 집의 담장 안을 지적 경계선 여러 개가 통과하기도 한다. 건물 일부가 이웃 필지를 침범한 것처럼 나타나고, 오래된 마을길이 여러 개인 땅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사례도 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지적불부합’이다.
셋째는 애초에 실제 경계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지도에서 레이어를 포개는 과정에서 생긴 어긋남이다. 우리가 웹 지도나 QGIS에서 흔히 사용하는 ‘연속지적도’는 개별 지적도와 임야도를 전국 단위로 이어 붙인 공간자료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자료 설명에도 연속지적도는 실제 측량자료로 사용할 법적 효력이 있는 도면이 아니라 공간적으로 연속 표현하기 위한 참고용 도면정보라고 명시돼 있다.
항공사진의 촬영 시점, 사용한 좌표계, 영상의 정사보정 오차, 종이 도면을 전산화한 방식이 서로 다르면 필지 전체가 한 방향으로 밀려 보일 수 있다. 연속지적도 한 장을 위성사진에 겹쳤더니 모든 집이 일정하게 2~3m씩 옆 필지에 걸쳐 있다면, 마을 전체가 잘못 지어진 것이 아니라 두 자료의 위치 기준이 다를 가능성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브이월드 역시 일부 지역에서는 지적불부합 또는 자료 정합 문제로 배경지도와 지적 경계가 어긋나 보일 수 있음을 안내한다.
그러므로 ‘지도에는 있는데 현실에는 없는 땅’을 발견했을 때는 곧바로 유령 토지라고 결론 내리면 안 된다. 실제로 물에 잠긴 필지인지, 현장 점유와 공부가 다른 지적불부합지인지, 단순한 화면 표시 오차인지부터 가려야 한다.
담장·골목·건물이 필지선과 싸우는 마을
우리나라의 많은 지적도는 1910년대 토지조사 과정에서 만들어진 종이 도면을 바탕으로 한다. 이후 필지가 분할되고 도로가 개설되며 하천과 해안이 변했지만, 모든 지역을 처음부터 정밀하게 다시 측량한 것은 아니다. 종이 도면을 전산화했다고 해서 그 경계가 저절로 현실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인천 연수구가 공개한 지적재조사 자료도 오래된 종이지적도의 마모·훼손과 당시 측량기술의 한계 때문에 실제 토지 현황과 맞지 않는 사례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LX는 전국토의 약 15%가 지적도와 실제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불일치는 국토의 15%가 통째로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담장과 필지선이 다르거나, 건물이 경계를 침범하거나, 실제 이용되는 길이 지적도상 길로 확보되지 않은 경우 등이 모두 포함된다.
경기도의 실제 사례를 보면 그 의미가 더 분명하다. 여주시 가남읍 안금리의 안금지구에서는 지적불부합지 정리와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함께 진행해 마을 안길과 담장을 정비했다. 이천시 율면 오성리의 오성지구에서는 집중호우 피해 복구와 지적재조사를 연계해 현장 복구 과정에서 드러난 경계분쟁을 정리했다. 현실의 길과 담장을 먼저 고치고 지적선은 내버려두면 새로운 불일치가 생길 수 있으므로, 물리적 정비와 장부 정리를 함께 추진한 것이다.
충북 증평군 덕상1지구에서도 2026년 지적재조사를 마치면서 마을 안길의 지적선을 정리하고, 지적도상 도로에 접하지 않았던 맹지를 해소했다. 주민들이 실제로 이용하던 공간과 장부상 경계를 조정함으로써 오랜 경계 갈등과 재산권 문제를 줄인 사례다.
그렇다고 지적재조사가 현장의 담장선을 그대로 공식 경계로 인정하는 사업은 아니다. 조사 단계에서는 토지 이용현황뿐 아니라 담장·옹벽·전주·도로시설물과 건물의 위치까지 측량도면에 표시한다. 이후 토지소유자의 의견과 측량자료를 검토하고, 경계결정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새로운 경계를 확정한다.
이웃 사이에 다툼이 없다면 실제 점유 경계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지만, 다툼이 있으면 기존 지적도와 등록 당시의 측량기록을 살펴야 한다. 토지소유자들이 합의한 경계를 적용할 수도 있으나, 법에 따라 설치된 도로·하천 같은 공공용지의 경계를 임의로 움직일 수는 없다.
경계를 바로잡은 결과 필지 면적이 늘거나 줄면 문제는 돈으로 이어진다. 누군가의 면적이 증가하면 그만큼 다른 토지나 공공용지와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적재조사에서는 경계 확정 뒤 면적 증감에 따라 조정금을 징수하거나 지급한다. 그래서 재조사는 ‘현실에 맞춰 선을 예쁘게 다시 그리는 작업’이 아니라, 물리적 점유와 공적 권리관계를 함께 재조정하는 과정이다.
지도에서 건물이 통째로 옆 필지에 올라가 있거나 골목이 사유지를 관통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소는 단순한 지도 오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측량해 보니 실제로 지적불부합이 확인된다면 매매, 건축허가, 담장 설치, 도로 확장 때 잠복해 있던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난다. 평소에는 모두가 익숙하게 이용하던 골목이 개발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장부에는 없는 길’이 되는 것이다.
유령 필지를 찾을 때 지켜야 할 네 가지 원칙
직접 이상한 필지를 찾으려면 연속지적도만 열어서는 부족하다. 먼저 항공사진이나 정사영상, 지적도, 도로·하천·해안선 자료를 같은 좌표계로 맞춰 겹쳐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촬영연도가 다른 항공사진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한 시점의 사진만 보면 그 땅이 오래전부터 바다였는지, 최근 침식으로 사라졌는지, 공사 중 일시적으로 물에 잠긴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두 번째 원칙은 ‘한 필지만 어긋나는가, 주변 필지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밀리는가’를 보는 것이다. 주변 필지와 건물이 한꺼번에 평행 이동해 보인다면 좌표 변환이나 영상 정합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주변 경계는 비교적 잘 맞는데 특정 골목이나 건물 주변에서만 필지선이 뒤틀리면 실제 지적불부합을 의심할 근거가 생긴다.
세 번째는 지목과 현실 이용을 구분하는 것이다. 지적도에서 ‘도로’인 토지가 현장에서는 밭처럼 보일 수도 있고, 실제 포장도로가 지적도상 여러 대지와 전·답을 통과할 수도 있다. 지목은 토지의 법정 분류이고 항공사진은 촬영 당시 표면의 모습이다. 둘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한쪽이 즉시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
네 번째는 화면상의 선을 소유권 경계로 확정하지 않는 것이다. 인터넷 지도나 연속지적도는 후보지를 찾고 공간적 패턴을 분석하는 데 매우 유용하지만, 담장을 옮기거나 토지를 거래할 때 사용할 확정측량 결과가 아니다. 실제 경계를 확인하려면 지적공부를 발급받고 측량 연혁을 검토한 뒤, 필요하면 경계복원측량이나 지적현황측량을 신청해야 한다. LX도 경계복원측량을 지적도에 등록된 경계를 실제 땅에 표시하는 측량으로, 지적현황측량을 건물이나 시설물의 위치를 지적 경계와 대비해 표시하는 측량으로 구분한다.
결국 지도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땅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다. 어떤 필지는 침식으로 육지를 잃었지만 행정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어떤 필지는 백 년 전 종이 도면과 오늘의 담장 사이에서 두 개의 경계를 갖는다. 또 어떤 필지는 실제로 아무 문제도 없는데 디지털 지도를 포개는 순간 바다나 이웃집 위로 미끄러져 간다.
그래서 이상한 땅을 찾는 마지막 질문은 “선이 이상한가?”가 아니라 “이 선은 무엇을 근거로, 언제,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가?”가 되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 기준을 모두 들고 시즌 2의 마지막 목적지로 간다. 바다와 육지, 주소와 생활권, 지적도와 현실이 한꺼번에 충돌하는 사례들을 비교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상한 땅 한 조각’을 골라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