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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필지가 두 동네에 걸칠 수 있을까?

by AtomicGrowth 2026. 9. 28.

한 필지가 두 동네에 걸칠 수 있을까?
한 필지가 두 동네에 걸칠 수 있을까?

 

이전 글들은 대한민국 지도 위에 그어진 이상한 행정경계를 따라가 봤다.

같은 아파트인데 서로 다른 행정구역에 속하는 곳도 있었고,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도시가 바뀌는 곳도 있었다. 다른 지역 안에 섬처럼 떨어져 있는 월경지와 위요지를 찾아보기도 했고, 강과 산을 따라 움직이는 경계, 바다 위의 보이지 않는 행정구역, 여러 도시가 한 점에서 만나는 장소까지 살펴봤다.

그런데 지도를 계속 확대하다 보면 행정경계보다 훨씬 촘촘한 선들이 나타난다.

바로 토지의 경계, 즉 지적경계다.

우리 주변의 땅은 하나의 거대한 면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주택 한 채가 있는 땅, 아파트 부지, 학교, 논과 밭, 도로, 공원까지 수많은 필지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필지에는 지번이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행정구역을 나누는 선과 토지를 나누는 선은 항상 정확하게 맞을까?

지도를 아주 크게 확대했는데 행정경계가 필지를 어정쩡하게 가로지르고 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건물 하나가 경계에 걸쳐 있다면 주소는 어디가 되는 걸까?

그리고 이런 현상은 단순한 지도 오류일까, 아니면 실제 행정구역과 지적정보가 어긋나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 찾기 시즌 2.

이번에는 행정구역보다 한 단계 더 작은 공간으로 들어가 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행정경계와 지적경계가 만나는 순간이다.

지도를 끝까지 확대하면 또 다른 경계가 나타난다

먼저 두 종류의 경계를 구분해야 한다.

행정경계는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수원시와 용인시, A동과 B동처럼 행정구역을 구분하는 선이다.

반면 지적경계는 개별 토지의 범위를 구분하는 선이다.

쉽게 말하면 행정경계가 ‘어느 동네인가’를 나누는 선이라면, 지적경계는 ‘어디까지가 이 땅인가’를 나누는 선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축척의 지도에서는 행정경계가 훨씬 눈에 잘 들어온다.

하지만 지도를 확대해 지적도를 중첩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수백, 수천 개의 필지가 퍼즐처럼 연결돼 있다.

그리고 행정경계도 그 사이를 지나간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행정경계와 필지경계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다.

A동의 마지막 필지가 끝나는 곳에서 B동의 첫 번째 필지가 시작된다.

지도도 깔끔하고 토지 관리도 명확하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나라 행정구역 경계는 오랜 기간 토지와 지적정보를 바탕으로 관리돼 왔지만 택지개발, 도로개설, 하천의 변화, 도시개발 등으로 실제 공간은 계속 바뀌어 왔다.

2019년 서울의 행정구역 경계 개선 사례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택지개발, 유수 변경, 도로 개설과 생활권 변화 등에 따라 행정구역과 현실의 생활공간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적도 자체의 역사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 근대 지적도의 뿌리는 1910년대 토지조사사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오랜 기간 도상경계를 중심으로 토지의 경계를 관리하면서 실제 현장의 경계와 지적도상의 경계가 맞지 않는 이른바 ‘지적불부합’ 문제가 발생해 왔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지적재조사 제도가 도입됐다.

즉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GIS에서 보고 있는 선은 단순한 그래픽이 아니다.

그 뒤에는 100년 가까이 축적된 토지조사와 측량, 도시개발, 행정구역 개편의 역사가 들어 있다.

그래서 현재의 위성사진 위에 지적도와 행정경계를 동시에 올려보면 가끔 이상한 모습이 나타난다.

도로는 반듯한데 필지는 삐뚤삐뚤하다.

아파트는 하나의 단지인데 법정동 경계가 단지 사이를 지나간다.

하나의 학교나 공공시설이 경계에 걸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사용하는 공간정보의 종류에 따라 경계선 위치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2025년 부산광역시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법정구역정보, 국토지리정보원 연속수치지형도, 행정안전부 도로명주소 전자지도, 통계청 센서스경계를 GIS에서 비교한 연구에서는 기관별 자료의 기준일과 수정 방식 등의 차이 때문에 동일한 행정구역이라도 경계 데이터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확인됐다. 특히 연안지역에서는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그래서 지도에서 이상한 선 하나를 발견했다고 곧바로

“여기가 실제 행정경계다.”

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때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 생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선은 무엇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자료일까?

한 건물인데 주소와 관할이 달라지는 이유

행정경계와 지적경계의 불일치는 지도에서만 재미있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 생활과도 연결된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이 건물이다.

도시개발 이전에는 A동과 B동 사이에 논과 밭이 있었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이로 법정동 경계가 지나간다.

당시에는 별문제가 없다.

경계 왼쪽의 논은 A동이고 오른쪽 논은 B동이면 된다.

그런데 수십 년 뒤 이곳에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된다.

논과 밭의 형태는 사라지고 토지가 새롭게 정리된다.

도로가 생기고 아파트가 들어선다.

학교와 상업시설도 만들어진다.

문제는 새롭게 만들어진 도시의 공간과 기존 행정경계가 반드시 동시에 정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2025년 발표된 ‘행정구역 경계 재정비 방안에 관한 실증연구’에서는 연속지적도와 개별지적도, 위성영상, 건축물대장 등을 중첩해 법정동 경계 불일치 문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토지구획정리사업이나 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행정구역 경계가 적시에 조정되지 않은 문제가 확인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결과다.

연구에서는 하나의 시설이나 건축물이 서로 다른 시·도 또는 법정동에 걸쳐 등록되는 사례가 확인됐으며, 성북구·서대문구·수원·용인·의왕·안양·영광·고창 등의 사례를 주거지역, 학교시설, 복합시설 등의 유형으로 분석했다.

이 대목에서 지난 시즌에 살펴봤던 사례들이 다시 떠오른다.

수원과 용인,

안양과 의왕,

그리고 행정구역 경계에 걸친 아파트들.

당시에는 ‘왜 같은 생활공간인데 행정구역이 다를까?’라는 관점에서 살펴봤다.

이번에는 한 단계 더 확대해서 볼 수 있다.

그 경계 아래의 필지는 어떻게 나뉘어 있을까?

여기서 QGIS를 이용하면 상당히 재미있는 지도를 만들 수 있다.

먼저 현재 항공사진을 불러온다.

그 위에 연속지적도를 올린다.

다음으로 법정동 경계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건물 레이어를 중첩한다.

그러면 현실에서는 하나로 보였던 아파트·학교·상업시설 아래에 수많은 필지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법정동 경계가 어느 필지를 따라가는지, 도로를 따라가는지, 건물을 피해서 지나가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한다.

연속지적도에서 보이는 선을 곧바로 법적 토지경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연속지적도는 개별 지적도면을 연속적으로 연결해 공간정보 활용에 편리하도록 만든 자료이기 때문에 도곽 접합이나 행정구역 간 연결 과정에서 겹침·이격 등의 문제가 연구를 통해 꾸준히 지적돼 왔다.

그래서 블로그에서 이런 장소를 발견한다면 표현도 신중해야 한다.

‘이 필지는 두 동에 속한다’라고 바로 결론 내리기보다,

“공간정보를 중첩했을 때 행정경계와 지적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라고 먼저 설명하고 실제 지적공부와 공식 행정구역 자료를 추가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오히려 이 확인 과정 자체가 재미있는 콘텐츠가 된다.

처음에는 지도에서 발견한다.

그다음 다른 기관의 지도를 비교한다.

과거 항공사진을 찾아본다.

도시개발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실제 경계조정 기록이나 행정자료를 찾아본다.

하나의 이상한 선에서 시작해 그 지역이 변화한 역사를 거꾸로 추적하는 것이다.

지도에서 발견한 ‘이상한 한 필지’를 직접 찾아가 본다면

이번 글부터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여기서부터다.

이전 글에서는 주로 행정구역이라는 비교적 큰 공간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번 글부터는 지도에서 발견한 작은 이상점을 실제 현장과 연결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QGIS에서 행정경계와 연속지적도를 중첩하다가 이상한 곳을 하나 발견했다고 생각해보자.

행정경계가 도로 중앙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필지를 향해 꺾인다.

그리고 몇 개의 필지를 돌아 다시 도로로 나온다.

위성사진을 켜본다.

그곳에는 건물이 있다.

“왜 하필 여기에서 경계가 꺾였을까?”

먼저 현재 지적도를 확인한다.

그다음 과거 항공사진을 찾아본다.

현재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확인한다.

논이었을 수도 있다.

작은 하천이 있었을 수도 있다.

옛길이 지나갔을 수도 있다.

과거 마을의 끝이었을 수도 있다.

도시개발사업으로 필지의 형태는 완전히 바뀌었지만 법정동 경계가 충분히 조정되지 않은 곳일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단순한 가정만은 아니다.

지적기반 행정구역 경계를 다룬 연구에서도 개별 도면과 법정 행정구역을 접합하는 과정에서 경계선의 중복과 이격 같은 불일치 문제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체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현장에 가본다.

아마 아무것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바닥에 빨간색으로 행정경계가 그어져 있지도 않고,

‘여기부터 A동입니다’라는 표지판도 없을 것이다.

평범한 도로,

아파트 담장,

학교 운동장,

주차장,

상가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한 뒤 바라보면 풍경이 달라진다.

이 도로 건너편부터 다른 법정동인가?

이 아파트 담장을 따라 경계가 움직이는가?

저 학교 부지는 왜 경계가 돌아가는가?

가로등 관리번호에는 어느 지자체 이름이 적혀 있는가?

도로시설물과 공사안내판은 어느 기관에서 설치했는가?

눈에는 보이지 않는 행정경계를 현장의 작은 단서로 추적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지도와 현실의 차이를 기록할 수도 있다.

현장에서 GNSS나 스마트폰 GPS로 위치를 기록하고,

사진을 찍는다.

다시 QGIS에서 촬영지점을 표시한다.

그리고 행정구역·연속지적도·건물·도로 레이어를 중첩한다.

현장에서는 하나의 공간이었던 장소가 지도에서는 여러 종류의 선으로 나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과거 지도까지 추가하는 것이다.

현재 항공사진
→ 현재 지적경계
→ 법정동 경계
→ 과거 항공사진
→ 옛 지형도

순서로 비교한다.

현재만 보면 이상했던 선이 30년 전 지도에서는 이해될 수도 있다.

반대로 과거에는 자연스러웠던 선이 현재 도시에서는 완전히 어색해졌을 수도 있다.

결국 이번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은 하나다.

땅에는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경계가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시·군·구 경계가 있고,

법정동과 행정동의 경계가 있고,

개별 토지를 구분하는 지적경계가 있다.

도로명주소의 공간체계도 있고,

통계작성을 위한 경계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선이 항상 완벽하게 하나로 겹치는 것은 아니다.

2025년 부산의 여러 공공기관 행정경계 데이터를 비교한 연구에서조차 동일 지역의 경계 데이터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됐다. 데이터의 제작 시점과 수정 방법, 원자료의 불확실성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지도를 볼 때 선 하나를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질문해보려고 한다.

이 선은 무엇을 나타내는가?

누가 만들었는가?

언제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는가?

다른 공간정보와 겹쳐도 같은 위치에 나타나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평범한 지도 한 장이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지적도를 함께 켜면 우리가 알고 있던 동네가 수천 개의 작은 땅 조각으로 분해된다.

그리고 그 작은 조각 사이를 따라 행정경계가 지나간다.

어떤 곳에서는 깔끔하게 맞아떨어지고,

어떤 곳에서는 이상하게 꺾이며,

어떤 곳에서는 서로 다른 자료의 선이 미세하게 어긋난다.

바로 그 어긋남 속에 토지조사와 도시개발, 행정구역 개편의 역사가 숨어 있다.

다시 시작하는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 찾기.

첫 번째 이야기는 행정구역이라는 큰 지도를 최대한 확대해 ‘필지’라는 작은 땅의 세계까지 내려가 봤다.

그리고 다음에는 이 필지 사이를 가로지르는 가장 거대한 도시시설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도로다.

우리는 흔히 도로가 경계라면 도로의 끝이나 가장자리가 경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지도를 보면 도로 중앙을 따라가는 경계도 있고, 옛길의 흔적을 따라 현재 도로와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선도 있다.

도로가 넓어지거나 새로 만들어졌다면 오래된 행정경계는 어디에 남아 있을까?

다음 이야기는

「도로 한가운데가 경계라고? — 도로가 넓어져도 남아 있는 옛 경계선」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