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글에서는 오래전에 만들어진 행정경계 위로 도시가 확장되면서 도로와 건물, 하천과 경계선이 서로 맞지 않게 된 장소들을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여러 행정구역이 한 점에서 만나는 곳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이번에는 지도를 조금 더 축소해보려고 한다.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대부분의 행정경계는 두 지역 사이에 존재한다.
서울과 경기도.
안양과 의왕.
수원과 용인.
왼쪽은 A시이고 오른쪽은 B시다.
그런데 경계선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가끔 특별한 지점이 나타난다.
세 개의 행정구역이 한 점에서 만나는 곳이다.
지도에서는 Y자 모양처럼 보인다.
한 방향은 A지역,
다른 방향은 B지역,
나머지 방향은 C지역이다.
이론적으로 그 점에 정확히 서 있다면 몇 걸음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행정구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만나는 행정구역의 ‘등급’이다.
단순히 세 개의 동이 만나는 곳도 있지만 세 개의 시·군이 만나는 곳도 있다.
심지어 세 개의 도가 만나는 장소도 있다.
반대로 거대한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경기도라는 세 광역자치단체가 아주 가까운 공간에서 만나는 곳이 있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복잡한 경계는 어디일까?
그리고 지도에 표시된 그 점을 직접 찾아간다면 무엇이 보일까?
경계 표지판이 있을까?
바닥에 선이 그어져 있을까?
아니면 아무것도 모른 채 지나쳐버리게 될까?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 찾기 열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지도 위의 선을 따라가다가 여러 선이 한 점으로 모이는 장소를 찾아가 본다.
세 개의 도를 한꺼번에 밟을 수 있는 산, 삼도봉
여러 행정구역이 만나는 장소를 이야기할 때 가장 상징적인 곳 가운데 하나가 삼도봉이다.
삼도봉이라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세 개의 도가 만나는 봉우리’라는 의미다.
여기에서 말하는 세 지역은
충청북도 영동군,
경상북도 김천시,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이다.
영동군 문화관광 자료에서도 삼도봉을 동남쪽은 경북 김천시, 남서쪽은 전북 무주군, 북쪽은 충북 영동군이 접하는 3도 접경지로 설명한다.
지도에서 삼도봉을 확대해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세 방향에서 올라온 도 경계가 정상 부근에서 만난다.
그곳을 기준으로 북쪽으로 내려가면 충청도,
동쪽으로 내려가면 경상도,
남서쪽으로 내려가면 전라도다.
산 하나에서 우리나라의 세 전통적인 지역권이 만나는 셈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단순한 정상석보다 더 특별한 시설물이 있다.
삼도화합탑이다.
영동·김천·무주 주민들은 1989년부터 삼도봉에서 만남의 날 행사를 열어왔다. 2025년에도 세 지역 주민이 정상에서 제37회 삼도봉 만남의 날 행사를 열었다.
보통 행정경계라고 하면 ‘나누는 선’을 생각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경계 때문에 세 지역이 만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산 아래 사람들의 생활이다.
영동군·김천시·무주군은 삼도봉을 공유하는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의료·문화 행복버스를 공동 운영해 왔다. 산골지역 주민을 위해 세 지방자치단체가 의료진과 장비, 운영비를 함께 부담하는 방식이다.
즉 지도에서는 세 지역으로 나뉘지만 생활에서는 다시 하나의 권역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 모습은 우리가 앞서 살펴봤던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차이’와도 연결된다.
그리고 삼도봉에는 지도적으로도 재미있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산 정상 부근은 여러 물줄기가 갈라지는 곳이다.
삼도봉 일대에서 시작한 물은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하천으로 흘러간다. 관련 지역 자료에서는 이곳의 물이 충북 영동 방향, 경북 김천 방향, 전북 무주 방향으로 나뉘어 흐르며 결국 금강과 낙동강 수계로 이어지는 모습을 설명한다.
행정경계와 자연지형이 절묘하게 만나는 것이다.
산줄기는 지역을 나누고,
분수계는 물길을 나누며,
그 위에 행정경계가 놓여 있다.
그래서 삼도봉 정상에 선다는 것은 단순히 세 지역의 경계에 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산줄기와 물길, 행정구역이라는 서로 다른 종류의 경계가 한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다.
산이 아니라 도시에도 ‘삼도 경계’가 있다
삼도봉을 보고 있으면 이런 경계는 깊은 산속에만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수도권으로 올라오면 완전히 다른 모습의 삼중 경계를 만날 수 있다.
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경기도가 만나는 곳이다.
서울 서쪽 끝과 인천 동쪽 끝, 경기도 김포·부천 일대의 지도를 자세히 보면 세 광역자치단체의 경계가 복잡하게 맞물린다.
특히 굴포천 일대가 흥미롭다.
국가 하천자료를 보면 굴포천은 인천 부평구에서 시작해 인천과 경기도의 경계를 따라 흐르는 구간이 있고, 이후 인천 계양구 동양동과 경기도 부천시 대장동 부근의 ‘서울·인천·경기도계’에 이른다.
이어 서울 강서구 오곡동 구간을 지나고 다시 인천과 서울의 경계, 인천과 경기의 경계를 거쳐 김포 방향으로 이어진다.
지도만 보면 상당히 복잡하다.
서울특별시 강서구,
인천광역시 계양구,
경기도 부천시가 좁은 지역에서 맞물린다.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면 김포시까지 등장한다.
그리고 이곳을 굴포천과 여러 도로가 지나간다.
삼도봉과 비교하면 재미있는 차이가 나타난다.
삼도봉에서는 경계의 이유를 눈으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산 능선이 있다.
높은 봉우리가 있다.
양쪽으로 내려가는 계곡이 있다.
‘아, 산줄기를 기준으로 지역을 나눴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다르다.
평평한 땅 위에 도로와 하천, 농경지, 창고, 교량과 각종 도시시설이 뒤섞여 있다.
현장에 서 있어도 서울인지 인천인지 경기도인지 알기 어렵다.
지도나 GPS를 켜지 않는다면 자신이 경계 근처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
더 재미있는 곳은 조금 북쪽이다.
서울 강서구·인천 계양구·경기도 김포시가 가까이 만나는 지역 역시 실제 사진 자료가 남아 있을 정도로 독특한 경관을 가진다.
이곳의 사진을 보면 세 지역 사이에 거대한 장벽이 있는 것이 아니다.
논과 수로, 도로와 평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하지만 지도에서는 서울과 인천, 경기도라는 대한민국의 세 광역행정권역이 나뉜다.
결국 산악형 삼중경계와 도시형 삼중경계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삼도봉의 경계는 자연지형이 만든 경계에 가깝다.
서울·인천·경기 접경지역은 도시 확장과 하천, 토지이용, 오랜 행정구역 변화가 겹쳐 만들어진 경계에 가깝다.
그래서 어느 곳이 ‘더 복잡하다’고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대신 이렇게 나눠볼 수 있다.
가장 상징적인 경계점은 삼도봉.
가장 도시적인 경계점은 서울·인천·경기 접경지역.
둘을 지도에 나란히 놓으면 같은 ‘세 지역의 만남’이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경계점에 직접 서면 정말 무엇이 보일까?
여기에서 이번 글을 지도 밖으로 꺼내보고 싶다.
실제로 경계점에 가보는 것이다.
우선 삼도봉은 비교적 쉽다.
정상에는 삼도화합탑이 있기 때문에 이곳이 특별한 장소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세 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이곳에서 행사를 열어왔기 때문에 ‘세 지역의 만남’ 자체가 장소의 정체성이 됐다.
하지만 도시의 경계점은 다르다.
서울·인천·경기가 만나는 지점에 간다고 해서 바닥에 거대한 삼색 선이 그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부터 서울입니다.’
‘한 걸음 앞으로 가면 인천입니다.’
‘오른쪽은 경기도입니다.’
라고 알려주는 거대한 표지판이 반드시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너무 평범해서 당황할 가능성이 높다.
하천이 있고,
도로가 있고,
농경지가 있고,
교량이 있고,
멀리 아파트와 건물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행정구역 레이어가 표시된 지도를 켜는 순간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조금 전까지 아무 의미 없이 보였던 하천이 경계가 되고,
도로 건너편이 다른 광역자치단체가 되며,
몇 걸음 이동한 위치가 세 번째 지역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도와 현장답사를 결합하는 재미가 생긴다.
만약 직접 찾아간다면 몇 가지를 관찰해보고 싶다.
가장 먼저 도로표지판을 본다.
어느 지방자치단체 이름이 적혀 있는가?
가로등이나 하천 안내판도 살펴본다.
어느 기관이 관리하는 시설인가?
현수막도 재미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쓰레기 무단투기 경고판,
자전거도로 안내판,
공사 안내판,
하천 관리 표지판,
버스정류장 디자인까지 살펴본다.
행정경계 자체는 보이지 않지만 행정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GPS 좌표를 기록한다.
사진을 찍은 위치를 지도에 표시하고 이동 경로를 선으로 남긴다.
집으로 돌아온 뒤 그 위에 시·도와 시·군·구 경계를 중첩한다.
그러면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경계가 나타난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도 있다.
정확한 경계점 주변을 드론이나 항공사진으로 내려다본다고 생각해보자.
사람의 눈높이에서는 도로와 하천만 보인다.
하지만 위에서 보면 서로 다른 도시가 맞닿는 공간구조가 보인다.
여기에 GIS에서 행정구역 폴리곤을 반투명하게 올린다.
서울은 한 색,
인천은 다른 색,
경기도는 또 다른 색으로 표현한다.
그러면 평범했던 장소가 갑자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도 중 하나로 변한다.
삼도봉에서도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다.
DEM이나 음영기복도를 아래에 깔고,
영동군·김천시·무주군 경계를 올린다.
그러면 왜 세 지역이 이 봉우리에서 만나는지가 훨씬 직관적으로 보인다.
산 능선과 행정경계가 상당 부분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비교가 이번 글의 핵심이다.
지도에서 같은 모양의 Y자 경계라도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다.
하나는 해발 1,000m가 넘는 백두대간 능선 위에 있다.
다른 하나는 수도권의 하천과 도로 주변에 있다.
한쪽에서는 산과 계곡이 지역을 나눈다.
다른 쪽에서는 도시와 농경지, 하천이 연결된 공간을 보이지 않는 행정선이 나눈다.
그러나 두 장소에는 공통점도 있다.
경계선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산과 강, 도로와 건물이다.
그 위에 지도를 겹쳤을 때 비로소 ‘경계’가 나타난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를 계속하면서 점점 이런 생각이 든다.
행정경계는 지도에서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볼 때 더 재미있다.
지도에서는 단순한 선이다.
하지만 그 선을 따라가면 아파트가 나오고,
학교가 나오고,
옛 하천이 나오고,
산 정상도 나오며,
이번에는 세 개의 지역이 한 점에서 만나는 장소까지 나타난다.
그리고 같은 선도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삼도봉에서는 세 지역의 주민들이 만나는 화합의 장소가 됐다.
도시에서는 여러 행정기관의 관리영역이 맞닿는 지점이 된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복잡한 경계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는 하나의 장소만 답으로 정하기 어렵다.
행정구역의 수만 보면 비슷해도,
경계가 만들어진 이유와 주변 지형,
사람들의 생활,
행정의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경계가 실제 공간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일 것이다.
다음에 지도에서 세 개의 경계선이 한 점으로 모이는 장소를 발견한다면 그 점을 확대해보자.
위성사진을 켜보고,
도로를 확인하고,
하천을 확인하고,
산이라면 등고선도 확인해보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직접 찾아가보자.
지도에서 특별했던 그 점에 정확히 서서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다.
아마 눈앞에는 특별한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에는 세 개의 도시가 보일 것이다.
현실에는 선이 없는데 지도에는 세 개의 지역이 만난다.
어쩌면 그것이 행정경계를 찾아다니는 가장 재미있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 찾기.
열 번째 이야기는 하나의 선이 아니라 여러 개의 선이 한 점으로 모이는 장소를 찾아봤다.
이제 다음에는 ‘점’보다 더 작은 곳까지 내려가 보려고 한다.
지도에서 행정경계를 최대한 확대하면 결국 토지의 경계, 즉 필지와 만나게 된다.
그런데 행정경계와 지적경계를 함께 켜는 순간 또 다른 이상한 장면들이 나타난다.
다음 이야기는 ‘한 필지가 두 동네에 걸칠 수 있을까? — 행정경계와 지적경계가 만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