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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하나는 누구의 땅일까?

by AtomicGrowth 2026. 9. 23.

섬 하나는 누구의 땅일까?
섬 하나는 누구의 땅일까?

 

지난 글에서는 산 정상으로 올라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행정경계를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바다의 경계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산에서는 경계를 이해하기가 비교적 쉽다. 능선을 기준으로 한쪽으로 내려가면 A시,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B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산줄기와 분수계는 오랜 시간 지역을 나누는 자연스러운 기준이 되어왔다.

그렇다면 육지가 끝나는 해안선에서는 행정경계도 끝날까?

그렇지 않다.

지도를 조금 더 축소해 바다를 바라보면 육지보다 훨씬 흥미로운 행정구역이 나타난다.

육지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섬이 어느 군에 속해 있고, 그 주변의 작은 섬들도 각각 행정구역을 가지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육지보다 행정적으로 같은 지역의 중심지가 훨씬 멀리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서해 지도를 펼쳐보면 이상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한참 떨어진 바다에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가 있다.

조금 남쪽에는 연평도가 있다.

지도만 처음 본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저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인천이라고?’

그렇다.

이 섬들은 모두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옹진군이라는 행정구역 자체다.

옹진군은 하나의 육지 덩어리로 이어져 있지 않다. 수많은 섬이 바다 위에 흩어져 하나의 군을 이루고 있다. 옹진군은 7개 면, 115개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23개가 유인도다.

그리고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옹진군청은 옹진군에 없다.

군청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 자리하고 있다.

군의 행정구역은 바다 위의 섬들인데 정작 행정의 중심지는 다른 자치구의 육지에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 찾기 여섯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육지를 벗어나 바다 위에 그어진 보이지 않는 행정경계를 찾아가 본다.

백령도는 왜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인천일까?

대한민국 서해 지도를 펼쳐놓고 백령도를 찾아보자.

인천 앞바다에서 금방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훨씬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백령도는 인천항에서 약 191km 떨어진 서해 최북단 지역에 위치한다. 백령도와 대청도·소청도, 그리고 연평도 일대는 흔히 ‘서해5도’로 불린다.

거리만 보면 상당히 멀다.

그런데 주소를 적으면 여전히 인천이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

대청도와 소청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에 속한다.

연평도 역시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면이다.

우리가 흔히 ‘광역시’라고 하면 거대한 도시와 빽빽한 건물을 떠올린다.

하지만 인천광역시의 행정구역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함께 존재한다.

송도국제도시의 초고층 빌딩도 인천이고,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도 인천이며,

멀리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의 백령도도 인천이다.

하나의 광역시 안에 초고층 도시와 농어촌, 접경지역의 섬이 모두 들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섬들이 하나의 군을 이루고 있을까?

현재 지도만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과거의 행정구역을 살펴보면 이유가 조금씩 보인다.

옹진군의 행정구역은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큰 변화를 겪었다.

광복과 분단,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과거 옹진군 영역 가운데 현재 북한 지역에 해당하는 곳과 남한이 관할하는 섬 지역이 나뉘었다. 이후 행정구역 개편을 거쳐 1995년에는 옹진군이 인천광역시에 편입되어 오늘날과 같은 형태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현재의 옹진군 지도를 보면 일반적인 군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보통 군청을 중심으로 도로가 사방으로 연결되고 읍·면이 육지에서 이어진다.

옹진군은 다르다.

도로가 아니라 바다가 각 면을 연결한다.

백령면에서 대청면으로 이동하려면 바다를 건너야 하고, 연평면이나 덕적면·자월면 역시 서로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행정구역을 연결하는 것은 도로망보다 항로망에 가깝다.

그래서 옹진군 지도를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행정구역은 반드시 땅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우리의 생각 자체가 육지 중심적인 것은 아닐까?

지도에는 선이 없지만 바다에도 분명히 경계가 있다

육지의 행정경계는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도로를 따라 선을 그을 수 있다.

산에서는 능선을 이용한다.

강에서는 하천을 경계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바다에는 그런 기준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사방에 물밖에 없다.

표지판도 없다.

보도블록도 없다.

산의 능선도 없다.

그런데 지도에는 분명 행정구역이 존재한다.

이 부분부터 섬의 행정경계는 단순한 지리 이야기를 넘어 해양과 측량, GIS의 이야기​가 된다.

육지에서는 토지의 필지와 도로, 하천 같은 지형지물이 경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반면 해상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지도만으로 경계를 단순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섬 주변에서는 행정구역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공간정보가 동시에 등장한다.

해안선,

섬과 암초,

항로,

어항구역,

항만구역,

해양보호구역,

어업과 관련된 수역,

각종 관리구역 등이다.

중요한 것은 이 선들이 모두 같은 의미의 경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도에 표시된 어떤 해상 경계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시·군 행정경계인 것은 아니다.

항만을 관리하기 위한 경계일 수도 있고 특정 사업이나 법률에 따라 설정된 구역일 수도 있다.

그래서 바다의 지도를 볼 때는 육지보다 더욱 ‘이 선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해안선 자체도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국립해양조사원은 해안선을 해수면과 육지가 만나는 경계로 설명하며, 해안선 조사와 기본수준점·해안선 공간정보 구축 등을 수행한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문제가 생긴다.

바다는 조석 때문에 수위가 계속 변한다.

서해처럼 조차가 큰 지역에서는 밀물과 썰물에 따라 우리가 눈으로 보는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갯벌은 밀물 때 바다가 되고 썰물 때 넓은 땅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지도에서 섬의 모양은 어느 순간을 기준으로 그리는 것일까?

어디까지를 육지로 볼 것인가?

어디서부터 바다라고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측량에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해양조사에서는 평균해수면이나 약최고고조면, 기본수준면 등 목적에 맞는 서로 다른 수직기준이 사용된다.

우리가 스마트폰 지도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보는 섬의 윤곽선 하나에도 측량의 기준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섬의 행정구역은 앞서 살펴본 강의 경계와도 닮아 있다.

강도 움직인다.

바다도 움직인다.

하지만 행정에서는 어느 지점까지가 어느 지역인지 정해야 한다.

자연은 계속 변하는데 지도에는 하나의 선을 그어야 한다.

바로 그 차이에서 흥미로운 경계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다를 없애고 보면 섬의 행정구역이 더 이상해진다

이번에는 지도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자.

평소 지도에서는 바다가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그래서 우리는 섬과 섬 사이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바다’라는 공간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잠시 바다의 색을 지워보면 어떨까?

옹진군의 각 섬을 같은 색으로 칠해보자.

백령면,

대청면,

연평면,

덕적면,

자월면,

영흥면,

북도면.

서로 떨어진 수많은 땅 조각이 하나의 색으로 나타난다.

그 순간 옹진군은 일반적인 행정구역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하나의 군이 수많은 조각으로 흩어져 있는 것이다.

앞선 세 번째 글에서 살펴본 월경지와도 닮았다.

하지만 월경지는 본래의 행정구역과 떨어진 땅 사이에 다른 행정구역이 놓여 있다.

섬은 다르다.

그 사이에 바다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을 뿐이다.

오히려 섬이기 때문에 서로 떨어진 행정구역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옹진군청의 위치도 재미있어진다.

옹진군청의 주소는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매소홀로 120이다. 옹진군청이 옹진군 관할 섬이 아니라 인천의 육지에 위치하는 것이다.

처음 들으면 이상하다.

‘군청이면 그 군 안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도를 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옹진군은 하나의 중심 섬을 기준으로 주변 섬이 모여 있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섬들이 넓은 해역에 분산되어 있다.

어느 한 섬에 군청을 두더라도 다른 섬 주민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각 섬과 항로로 연결되는 육지에 행정 중심을 두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육지에서 행정구역을 바라보는 방식과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이다.

육지에서는 중심을 찾을 때 거리를 본다.

바다에서는 연결성을 함께 봐야 한다.

직선거리로 가까운 섬이 실제 이동에서는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항로가 없으면 가까워도 직접 갈 수 없다.

기상 상황에 따라 이동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섬의 행정구역을 이해하려면 단순한 지도만 보는 것보다 항로까지 함께 보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행정구역도를 한 장 준비한다.

그 위에 여객선 항로를 올린다.

각 섬의 행정복지센터와 주요 항구를 표시한다.

그리고 육지의 군청 위치를 찍는다.

그러면 일반적인 행정지도에서는 보이지 않던 또 하나의 지도가 만들어진다.

‘실제로 연결되는 행정구역의 지도’다.

여기에 과거 행정구역까지 겹쳐보면 이야기는 더욱 깊어진다.

어떤 섬이 과거에는 어느 군에 속했는지,

언제 지금의 행정구역으로 편입됐는지,

교통망의 변화와 행정구역 개편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결국 섬 하나의 주소에도 지리와 역사가 함께 들어 있다.

그리고 해양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더해진다.

지난 글에서는 산 정상에 올라갔다.

능선을 기준으로 한쪽은 서울, 다른 한쪽은 경기도가 되는 모습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그 산에서 완전히 내려와 육지의 끝을 지나 바다까지 나왔다.

그런데 바다에 나와 보니 오히려 경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육지에서는 경계선을 직접 밟을 수 있다.

도로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 경계를 넘을 수도 있다.

산에서는 능선을 따라 걸으며 두 지역의 경계 위에 설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쉽지 않다.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다.

파도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GPS로 위치를 확인하고 지도에 좌표를 올리는 순간 내가 어느 공간에 있는지가 나타난다.

바다에서는 경계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지도와 좌표가 더욱 중요해진다.

생각해보면 이것이 지도라는 도구가 필요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공간을 선으로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 선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 찾기.

첫 번째는 아파트,

두 번째는 도로,

세 번째는 월경지,

네 번째는 강,

다섯 번째는 산,

그리고 여섯 번째는 바다와 섬이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어디까지가 어느 지역인가’를 찾아왔다.

그런데 지도를 계속 확대하다 보면 또 다른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주소에는 분명 한 지역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실제 주민들은 전혀 다른 동네를 생활권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서로 어긋나는 것이다.

다음에는 지도 속 주소와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 사이의 차이를 찾아가 본다.

‘주소는 여기인데 우리 동네는 저쪽? —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다른 곳’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 찾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