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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인데 사는 동네가 다르다?

by AtomicGrowth 2026. 9. 20.

같은 아파트인데 사는 동네가 다르다?
같은 아파트인데 사는 동네가 다르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 중 행정구역 경계 위의 아파트에 대해 설명해드릴 예정입니다.

아파트에 살면서 옆 동 주민에게 이런 질문을 할 일이 있을까? 

“혹시 어느 구에 사세요?”

같은 아파트라면 당연히 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이름의 아파트이고 같은 출입구를 이용하며, 같은 관리사무소와 주차장, 놀이터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렇지 않은 아파트가 실제로 존재한다.

몇십 미터 떨어진 옆 동으로 걸어갔을 뿐인데 행정구역이 바뀌기도 하고, 하나의 아파트 단지가 두 개의 구에 걸쳐 있기도 한다. 심지어 같은 이름을 가진 주거단지인데 일부는 서울시민이고 일부는 경기도민인 경우도 있다.

지도에서 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아파트가 행정구역의 경계 위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도 위에 그어진 가느다란 선이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관할 주민센터가 달라질 수 있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선거를 치르는 장소가 달라질 수도 있다. 경계를 시·도 단위까지 확대하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복지정책에도 차이가 생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경계가 수십 년 동안 유지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를 찾아가는 첫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하나의 아파트를 가르는 행정구역의 경계’를 따라가 본다.

 

주차장을 지나갔을 뿐인데 다른 구가 되었다

대구에는 이 주제를 설명하기에 아주 흥미로운 아파트가 있다.

대구 일신아파트다.

2026년 8월 보도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대구 서구 중리동과 달서구 감삼동에 걸쳐 있다. 전체 11개 동 가운데 2개 동은 달서구에 속하고 나머지는 서구에 속한다. 하나의 아파트 단지이지만 관할 자치구가 두 곳인 셈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복잡한 상황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도시의 역사가 있다.

1988년 대구에서 달서구가 서구로부터 분구되는 과정에서 인구와 법정동, 도로 등을 고려해 새로운 행정경계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그 선이 기존 일신아파트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아파트는 그대로 있었지만 지도 위에 새로운 선이 생기면서 하나의 단지가 두 개의 자치구로 나뉘게 됐다.

아파트 주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상당히 묘한 상황이다.

같은 아파트 이름을 사용한다. 같은 단지를 걸어 다닌다. 아이들은 같은 놀이터에서 놀 수 있고 주민들은 같은 동네 상점과 시장을 이용한다.

그런데 주소를 적으면 달라진다.

더 흥미로운 것은 행정서비스다.

2026년 현지 취재에서는 대형폐기물 처리 방식도 관할 구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달서구 관할 주민과 서구 관할 주민이 따라야 하는 수거 절차가 서로 다른 것이다. 같은 아파트에서 이사를 하면서 버리는 책상이나 장롱이라도 어느 동에 사느냐에 따라 처리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간단하게 행정구역을 하나로 합치면 되지 않을까?

실제로 그런 시도도 있었다.

1994년 달서구에 속한 2개 동을 서구로 편입하는 방안을 두고 주민 의견조사가 실시됐지만 응답자의 61.2%가 서구 편입에 반대했다. 이후에도 논의가 있었지만 경계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두 자치구에 걸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1980~1985년에 건립된 일신아파트가 4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가 되면서 재개발과 주거환경 개선 문제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동만 따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 사업부지가 작아지고 놀이터나 주차장 같은 공동시설을 확보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단지 전체를 하나의 사업으로 추진하려면 서로 다른 두 자치구의 행정절차를 조율해야 한다.

지도 위에서는 아주 얇은 선 하나다.

하지만 그 선이 40년 가까이 지난 뒤에는 도시정비라는 훨씬 복잡한 문제와 만나게 된 것이다.

 

옆집 아이와 내가 다니는 학교가 달라질 수도 있다

행정경계가 일상생활에서 특히 크게 느껴지는 분야 중 하나가 학교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가 반드시 내가 갈 수 있는 학교라는 보장은 없다.

행정구역과 학교 배정 체계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노원구와 경기 의정부시 경계에 조성된 수락리버시티 사례가 있다.

수락리버시티 1·2단지는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에 위치하고 3·4단지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속한다. 이름과 생활권은 이어져 있지만 행정구역으로 보면 서울과 경기도로 나뉜다.

문제는 아이들의 학교였다.

의정부에 속한 단지의 아이들에게 가까운 서울 학교가 있음에도 행정구역 때문에 다른 지역 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관계 기관의 조정을 통해 일부 학생이 서울 지역 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마련됐다.

비슷한 문제가 수원과 용인 경계에서도 있었다.

청명센트레빌 아파트는 생활권으로 보면 수원에 가까웠지만 과거 행정구역상 용인시에 포함돼 있었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통학 문제가 컸다.

당시 주민들이 이용하기 편한 수원 황곡초등학교는 약 246m 떨어져 있었지만, 행정구역에 따라 배정되는 용인 흥덕초등학교는 약 1.19km 떨어져 있었다. 아이들은 더 먼 학교에 가기 위해 큰 도로를 건너야 하는 문제까지 있었다.

결국 주민들은 2012년부터 행정구역 조정을 요구했고, 오랜 협의 끝에 청명센트레빌 일대 약 8만5,961㎡가 2019년 용인시에서 수원시로 편입됐다. 반대로 수원시 원천동의 일부 지역은 용인시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두 지자체 사이의 경계를 조정했다.

이 사례를 보면 행정구역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도에서 경계선을 볼 때는 단순히

‘여기까지 수원, 여기부터 용인’

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선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의 통학길이 달라질 수 있고, 찾아가야 하는 행정기관이 달라질 수 있으며 생활권과 행정권이 서로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2024년 입주한 인천 계양구 계양1구역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역시 효성1동과 작전2동이 한 단지 안에 섞이면서 같은 아파트 주민이 서로 다른 행정복지센터를 이용해야 하고 선거 관련 행정에서도 불편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계양구는 2026년 해당 지역의 동 경계를 조정하는 절차를 추진했다.

도시가 새롭게 만들어져도 오래된 경계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같은 문제는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그냥 경계선을 옮기지 못할까?

여기까지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아파트 단지를 기준으로 선을 다시 그으면 되는 것 아닌가?”

실제로 그렇게 해결된 사례도 있다.

부산 서구 암남동과 사하구 감천동 경계에 건설되던 동일아파트가 대표적이다.

당시 동일한 생활권으로 계획된 아파트 2개 동 180세대가 각각 서구와 사하구로 나뉘는 문제가 발생했다. 아파트 사업자는 행정구역 조정을 요청했고 지자체에서도 주민들이 입주한 뒤 발생할 생활 불편을 줄이기 위해 경계 조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바로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두 자치구 사이에서 편입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고 협의와 주민 의견수렴 등의 과정이 필요했다. 최종적으로 2005년 감천1동의 12필지, 약 1만2,817㎡가 서구로 편입되면서 아파트의 행정구역이 하나로 정리됐다.

다른 부산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금정구와 해운대구 경계에 있던 대우금사아파트 역시 일부 동과 상가동은 금정구, 나머지 동은 해운대구에 속하는 형태였지만 오랜 논의 끝에 2020년 해운대구로 행정구역이 일원화됐다.

그런데 모든 곳에서 이렇게 쉽게 경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계선을 움직인다는 것은 단순히 지도 파일에서 선 하나를 수정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계가 바뀌면 해당 지역의 인구와 면적, 행정업무의 관할도 함께 이동한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생각도 반드시 같지는 않다.

앞서 살펴본 대구 일신아파트처럼 한쪽 행정구역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특정 지역 주민으로 살아왔다면 주소가 바뀌는 것을 단순한 행정편의 문제로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정구역 경계는 생각보다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가 먼저 움직인다.

논밭이 아파트가 되고 산 아래에 도로가 만들어진다. 도시와 도시가 서로 확장되면서 과거에는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생활권이 하나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도 위의 오래된 경계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선 위에 아파트가 들어선다.

사람들이 입주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서 그제야 보이지 않던 선의 존재가 현실에서 드러난다.

쓰레기를 버릴 때도,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도,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갈 때도,

선거와 각종 행정업무를 처리할 때도,

그리고 수십 년 후 낡은 아파트를 다시 개발하려고 할 때도 그 선이 다시 등장한다.

이것이 내가 행정구역 경계를 흥미롭게 바라보게 된 이유다.

지도에서 경계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가느다란 선으로 표시될 뿐이다.

하지만 그 선 위에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같은 아파트 이름을 쓰면서 서로 다른 구에 살고, 몇 걸음 떨어진 옆 동으로 가면서 행정구역이 바뀌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도시를 도로와 건물로 바라본다.

하지만 지도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도시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구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행정경계다.

평소에는 존재조차 느끼기 어렵지만 우리의 주소와 학교, 행정서비스 그리고 도시개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선이다.

다음에 지도를 볼 일이 있다면 도로나 맛집만 찾지 말고 행정구역 경계선을 한번 확대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그리고 경계선을 따라 천천히 이동해보자.

어쩌면 평범해 보이는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에서 아주 이상한 선 하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이상한 경계 찾기.

첫 번째 경계는 우리가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아파트 단지 안에 숨어 있었다.